청년, 중년, 노년을 아우르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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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1-01 17:50 조회2,7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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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치매센터 조사로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의 수는 2013년 57만 명으로 집계됐다. 치매로 발전될 위험이 큰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노인은 4명 중 1명에 달한다. 치매는 세계적으로 현재 1천200만여 명이 고통받고 있는 질환이며,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경의 치매 환자 수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은 3천6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치매라는 질병은 남의 일이 아닌 나 자기 일이다. 그러나 치매는 아직 우리에게 ‘어려운 병’인 것이 사실. “청소년들은 치매를 ‘이상한 병, TV에 나오는 병’ 정도로 불쾌하고 낯설게만 여기죠. 중, 장년층은 조금씩 불안감도 들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마땅히 어디서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모르고요. 어르신들은 기억력이 감퇴해도 그냥 건망증이겠지 생각하시고 치매 검사나 예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세요.” 도봉구 치매지원센터의 정민영 간호사는 치매를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에 많이 취약함을 지적했다. 모두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낯설기만 한 치매. 이에 도봉구치매지원센터는 2012년부터 ‘세대공감 토요일이 좋아요’라는 이름 아래 청년, 중년, 노년 3대를 모두 아우르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의 증가를 예방할 뿐 아니라 조부모, 부모, 청소년 3대의 세대 공감을 통해 가족사랑 및 노인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마련됐습니다.” 핵가족화되어 갈수록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3대가 ‘치매’라는 주제로 함께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새로운 일. 2012년에는 324명, 지난해의 경우 총 389명이 ‘토요일이 좋아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중 457명에 대하여 검진 등 프로그램에 연계를 통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매주 세 번째 주 토요일 도봉구치매지원센터에서 열리는 ‘세대공감 토요일이 좋아요’. 약 40명의 참가자가 9시부터 강당으로 하나둘 모여든다.
프로그램의 첫 단계는 바로 ‘치매 바로 알기 교육’이다. 참가자들에게 치매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고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초기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 초기 증상, 치매 환자를 둔 보호자의 생활 백서 등 도움되는 설명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치매 환자들이 본인 스스로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요. 그렇기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이 의심스러운 상황에 환자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그 후에 치매지원센터나 병원에서 바로 상담을 받아서 초기부터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죠.” 정민영 간호사는 대부분 환자나 보호자가 착각하기 쉬운 점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과거 일을 잘 기억한다고 해서 치매가 아니라 섣불리 판단하면 안 돼요. 치매 환자들은 가장 최근 저장한 기억부터 상실하기 때문에 과거의 일은 맨 나중에 잊게 되니까요.” 교육 중간중간 궁금한 점을 묻는 참가자들이 줄을 잇는 등 관심은 뜨거웠다. 뇌 활동에 좋은 손바닥 지압, 박수 운동 등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치매 예방 운동을 익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후 이어진 것은 ‘시 치료’ 시간.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또 발표해 보는 시간이다. 시 치료 전문가가 우리에게 익숙한 세 편의 시를 낭독한다. 장내를 울리는 목소리가 참가자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이완시킨다. ‘도봉구’로 삼행시를 짓는 등 재미있는 시간도 가진다. 자신들의 앞에 놓인 종이에 여러 색깔 색연필로 멋진 시를 써낸다. 시를 쓴다는 것이 낯선 중, 고등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곧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한다. 쓴 시를 앞에 나와 낭독하는 어르신들의 손은 긴장으로 떨리기도 한다. 하지만 ‘도봉산 언덕 위에 올라...’ 곧 나오는 멋진 시 구절에 모두 손뼉을 치면 단상 위에 올라간 어르신들의 표정은 곧 자신감을 찾는다.
한국시낭송치유협회 회장이자 시 치유사인 도경원 씨는 “시를 읽으면 시인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자기 안에 묻혀있는 응어리를 풀어내게 된다”면서 “가끔 치매가 심해 사람을 전혀 못 알아보시는 어르신들도 시를 읽고 또 쓸 때만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분하고 고요한 마음이 되고, 한을 풀어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 치료가 가진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시 치유가 끝나고 ‘칠교놀이’가 시작됐다. 이 시간의 활동은 매달 다르다. 그림 그리기, 음악 치료, 닌텐도, 장구 치기 등이 바로 그것. 이 중에서도 칠교놀이는 계속 손을 움직여 퍼즐을 맞추어야 하므로 꾸준히 뇌 자극을 할 수 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가족처럼 모여 앉은 3대가 머리를 맞대고 칠교를 맞추기 시작한다. 청년들은 어르신이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드리기도 하고, 옆 팀으로부터 힌트를 받아 여기저기 칠교를 놓아보기도 한다. 서로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칠교를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가장 적극적인 것은 어르신들. 금방 완성된 칠교를 뿌듯하게 바라보는 3대의 모습이 무척이나 닮았다. 이 외에도 장구 치료는 평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익숙한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도, 학교에서 기른 실력을 멋지게 뽐내는 학생들도 있다.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을 3대가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 치매지원센터 안에 위치한 ‘인지건강센터’에는 더욱 다양한 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그저 게임기도 ‘토요일이 좋아요’ 교실에서는 적합한 교재다. 게임기를 통해 하는 쉬운 스포츠 활동은 신체 균형을 증진할 뿐 아니라 집중력, 문제 해결력 등을 길러 줄 수 있다. 또한, 계산, 기억, 분석 능력이 필요한 게임을 하며 인지 기능 등을 향상하기도 한다.
컴퓨터 인지 치료에서는 숫자 카드의 위치를 기억해 내거나, 예시 그림과 비교해 같은 그림을 찾는 등 주의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치료도 이루어진다. 방 한구석에 가득 걸려 있는 종이접기 작품, 미술 작품들은 모두 평소 어르신들이 만든 것. 앞선 모든 활동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노인들을 기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을 터. 이에 ‘노인 체험’을 통해 평소 노인들이 겪고 있는 생활 속 불편함이나 움직임의 제한 등을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팔, 다리, 배에 모래주머니를 묶고, 백내장 체험 안경을 쓴 후 강당 안을 한 바퀴 돌았다. 반 바퀴도 못 가 힘들다고 하는 학생도, 어지럽다며 체험 안경을 벗는 학생도 있었다. 이 시간, 센터 한 편에서는 참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개별적 치매 상담이 진행됐다. 치매 상담을 진행한 정민영 간호사는 어르신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오늘의 날씨, 나이, 전화번호, 계절, 나라 이름, 이 장소의 이름, 층수 등이 그것이다. 간단한 숫자 계산이나 물건 이름 기억하기, 그림 따라 그리기, 행동 따라 하기 같은 검사가 이어졌다. “어르신, 아직은 치매 위험이 낮은 걸로 나왔어요. 그래도 오늘 알려드린 체조 꾸준히 하시고 1년 뒤에 꼭 다시 검사받으러 오셔야 해요.” 이 검사를 통해 치매 가능성이 발견되는 어르신은 센터장에게 2차 검사를 받고, SNSB라고 불리는 신경심리검사를 거친 후 연계병원에서 적합한 치료를 받게 된다고 했다. “‘토요일이 좋아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은 꾸준히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를 많이 하세요. 이렇게 청소년, 중년층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고요. 정보를 얻을 곳이 있으니 다행이죠. 평소 궁금하셨던 게 무척 많으셨는데 지금껏 어떻게 참아 오셨는지...”
정 간호사는 어린 학생들에게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매체에서만 치매를 접한 학생들은 치매를 과장되게 이상한 병으로 알고 무서워하고, 피하려 하거든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치매 어르신을 만난 학생들은 그냥 평소에 만나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그분들이 다를 바 없다는 걸 잘 알죠. 그걸 알리고 싶어요.”이렇게 3대가 함께 모여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예방법을 습득하고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세대공감 토요일이 좋아요’ 프로그램은 도봉구치매지원센터에서 매달 세 번째 주 토요일에 진행되며, 02)955-3591~3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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