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어 보니…세상은 어려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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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1-01 17:50 조회2,89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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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누구나 당연시 들어왔을 말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리를 양보해 드려야 한다.” 어릴 적에는 이 말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릴 비켜드리곤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나 자신이 힘든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 사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말을 외면한 채 무겁게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외면하는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마저 들곤 했다. ‘저분들은 얼마나 힘드시기에, 내가 이렇게 지치는 순간에도 자리를 비켜드려야 할까?’ 노인생애체험센터는 이러한 의문을 후련하게 해소해 준다. 사람들이 노인을 이해하고, 또한 미리 자신의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대한노인회에서는 노인생애체험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에는 1곳, 전국적으로 10곳이 있다. 연간 2,0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선 어떤 체험을 진행하기에 후련하게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서는 신체나이를 80세로 맞춰주는 체험 복을 착용하고 체험을 진행한다. 본인이 직접 노인이 되는 것이다. 팔, 다리 근육의 감퇴를 느끼기 위해 손목과 발목에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팔과 다리 관절 약화를 느끼기 위해서 관절 보호대를 착용한다. 또한, 척추를 구부정하게 고정해주는 등 보호대를 착용하며, 시력감퇴를 위해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손에는 장갑을 착용하게 된다. 체험자들은 이렇게 모든 복장을 착용한 후, 체험장으로 입장한다. 체험장에 입장한 체험자들은 부자연스러운 몸에, 좁은 시야에 실내화를 갈아 시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실내화를 겨우 신은 후에도 잘 굽혀지지 않고 무거운 다리는 현관 턱을 넘는 것도 힘겹다. 하지만 어려움은 이게 끝이 아니다. 현관을 들어가면, 부엌, 욕실, 거실 등의 공용공간이 등장하고, 개인 공간, 계단 순으로 체험이 진행되는 내내 체험자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체험장 곳곳에서 “아이고”라는 탄성이 들려왔다. 체험자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이 크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안경을 착용해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왜 허리가 굽는지 알겠다. 시야가 좁아서 바닥만 보게 된다.”, “나의 노후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휠체어를 체험하고 실버용품 전시관을 방문하면 체험은 마무리된다. 센터에서는 집 안 생활 체험이 주. ‘그렇다면 실외에서의 어려움은 어떨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직접 체험 복을 착용하고 밖을 나서 보았다. 대한노인회가 위치한 효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공중화장실은 입구에 턱이 있어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공공 화장실 중에서 안전 손잡이가 달린 곳은 장애인 칸 한 곳뿐이지만, 앉고 ㅇ리어서시가 힘든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 손잡이가 필요해 보였따. 마을버스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선 평소 쉽게 확인했던 노선도를 보는 것도 힘에 부쳤다. 버스에 탑승하는 것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따. 출입구의 계단이 너무 높다보니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 서 있는 것은 곤욕이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쉽지 않았다. 어르신들에게 노약자석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하철은 그나마 버스보다 탑승은 수월했다. 지하철 탑승구에서 개찰구가 위치한 층까지 승강기가 설치되어 이동을 도왔으며, 보통의 승강기보다 문이 닫히는 시간이 길어 어려움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탄 후 좌석 쪽으로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통로 쪽에 손잡이가 있다면 이동이 좀 더 수월할 듯했다. 짐칸에 짐을 올려보려 했는데, 짐칸이 너무 높게 위치해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지하철 내부 안내방송도 소리가 너무 작았다. (체험 복의 경우 어르신들의 어두운 귀를 체험할 수 있도록 귀마개를 착용한다.) 짐칸에 짐을 올려보려 했는데, 너무 높은 짐칸에 짐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항상 다리 밑에 짐을 내려놓는 어르신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승-하차 시간도 너무 짧았다. 열차 도착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섰지만 내리기 전 문이 닫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체험 후 무장애 길이라는 곳도 방문해 보았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쉽게 길을 걸어 탁 트인 공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길에 마련된 손잡이의 위치가 너무 높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실제로 체험 복을 입고 노인이 되어 세상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누구보다 주변의 배려가 많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 직접 노인이 되어보니 ‘얼마나 힘들다고 양보를 해야 하나’란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르신들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의 자신이 배려받기 위함이기도 해요. 누구나 노인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노인생애체험 센터 봉사자의 말이 생각났다. 한 번씩 노인이 되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노인생애체험센터(http://www.aging-simulation.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박지은 따스아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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