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는 다양한 노인일자리를 기획해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버농장은 어르신들에게 특히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푸르른 녹지에 둘러싸여 도시에서 제2의 인생을 경작하는 어르신들을 만나보았다.
감자, 오이, 호박, 가지, 상추, 고추, 배추, 당근...
남동구 수산동에 위치한 실버농장에서 매년 수확되는 농작물들이다. 올해에는 만 60세 이상 남동구민 280세대에게 분양해 각양각색의 농작물이 추가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파견된 어르신들이 전부 농사를 지었지만 400평방미터를 남기고 모두 분양되었다. 실버농장을 관리하는 어르신은 총 20명이다. 3명씩 6개조, 반장이 2명으로 구성된 어르신들은 매일 오전, 오후 2개 조가 나와 4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업무는 크게 세가지. 분양된 농작물을 관리하고, 농기구를 대여하고, 짬짬이 남은 땅에 농사를 짓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지은 농작물은 모두 사회복지기관에 전달된다. 얼마 전 감자를 수확한 땅에는 배추와 무가 심겨졌다. 김장철이 되면 사회복지기관에 전달해 김장김치가 될 것들이다.
지난 해 반장을 맡은 한동운(78)할아버지는 벌써 3년째 실버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 할아버지는 “농작물 수확되는 걸 보면 마음이 뿌듯해요. 요만한 걸 심어서 이~만한 열매를 보면 아주 좋아요. 사회복지기관에 드리는 것도 자부심을 갖고 일해요. 땅을 분양해서 기관에 기부하는 농작물이 줄긴 해서 아쉽긴 해요. 그래도 농사짓는 거 돕는 재미도 있어요” 라면서 “힘 안 들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하려고 하니까 편한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은 농사짓는 고랑 사이사이에 꽃을 심어 가꾸는 등 실버농장에 상당한 애정을 쏟고 있다. 분양받아 농사를 짓는 구민들에게 농사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농기구 설명과 함께 지지대 설치방법, 경작물 추천 등을 알려준다. 자연스레 구민들도 관리하는 어르신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올해 반장을 맡은 박종팔(72) 할아버지는 “이전에는 아파트 경비일을 했는데, 농장 관리 일을 하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요. 물론 수입에도 차이가 있지만 마음도 좋고 자부심이 커서 만족스러워요. 나이 들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 아니겠어요? 또 동료가 전부 비슷한 나이라서 편하게 일할 수 있어요. 집에서 노는 것보다 체력관리도 되고, 여러모로 좋아요.”라고 전했다.
더운 여름이지만 어르신들의 밭 가꾸기는 쉬지 않는다. 하루 4시간이지만 체력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는 일인데도, 땅을 고르게 일구는 움직임은 계속된다.
박순옥(노인인력개발센터 기획홍보)팀장은 “쉬시라고 해도 저렇게 열심히 하세요. 다들 좋은 마음으로 하셔서 그런지, 지금껏 안전사고 한 번 없이 운영됐어요.”라며 “일하시는 분들 표정이 정말 밝으세요. 공기 좋고 푸른 밭에서 일하시니 마음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남동구 실버농장은 원래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체육공원이 지어질 부지였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빈 땅을 활용하자는 취지로 농장이 운영된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체육공원 설립이 중단되고, 실버농장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른 용도로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어르신들은 일자리 걱정이 앞선다.
위관순 할머니는 “진짜 걱정이에요~ 다른 일보다 농장일이 좋아요. 체력적으로 농사가 쉽지는 않아요 사실. 그래도 진짜 마음이 편하거든요. 내년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계속 농장으로 쓰면 안되나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노인인력개발센터는 총 19개 사업을 통해 1,332명 어르신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버농장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 선발경쟁도 상당하다. 센터의 프로그램은 사회 기여도와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인지 검토 후 프로그램이 개발된다. 실버농장은 빈 땅을 활용하고 수확물을 사회복지기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차지은 I-view객원기자 minsable@hanmail.net